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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1% 기적을 그린다…실종자 몽타주 ‘폴리스케치’

2018-08-02 2,322 Dailymotion



20년 넘게 사랑하는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상상이 되십니까.

사라진 아들과 딸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심경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텐데요.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황하람 기자의 더하는 뉴스입니다.

[리포트]
[조병세 / 장기실종아동 조하늘 양 아버지]
"하늘이를 지켜주지 못한 것, 하늘이를 제대로 키워주지 못한 것…"

[윤봉현 / 장기실종아동 윤지현 양 아버지]
"지금도 가끔 꿈에 나타나고 하는데 지현이를 보러가는 꿈도 보고 그래요."

거리를 걷다보면 장기실종 아동을 애타게 찾는 플래카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십년도 더 지나 보이는 앳된 모습이 많아 지금와서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달라진 모습을 추적해 1%의 기적에 도전하는 과정을 직접 따라가 봤습니다.

과거의 사진을 바탕으로 현재의 얼굴을 그려내는 '폴리스케치'는 장기 실종자 가족에게 마지막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유사한 형태를 골라 얼굴 윤곽을 만드는 것이 작업의 시작.

얼굴을 세밀하게 조각 내 점 편집도 합니다.

이어 실종자 얼굴에서 도드라진 특징을 잡아내 이목구비를 차례 차례 그려나가는 작업이 이어집니다.

눈만 해도 크기, 길이, 각도, 미간의 넓이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합니다.

[현장음]
"제가 봤을 때는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서 어렵네요."

0.1mm의 미세한 차이에도 인상이 확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끝없는 수정과 보완이 이어집니다.

[이현선 / 부산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위]
"눈썹과 눈두덩이 사이가 약간 더 먼 느낌이잖아요. 눈썹 전체를 조금 아래로…"

팔자 주름과 얼굴의 음영을 세세하게 그려주고, 수염과 안경 등 특징적인 부분과 헤어스타일도 신중히 선택합니다. 대략 3~4주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몽타주 하나가 완성됩니다.

[이현선 / 부산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위]
"단 한 건이라도 더 찾을 수 있으면 그것만큼 더 좋은 일은 없잖아요. 조금 다르게 작성되면 오히려 더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부담감이…"

완성된 몽타주는 관공서를 비롯해 지금 보시는 것처럼 편의점 광고판 등 도심 곳곳에 배포됩니다.

2년 전 폴리스케치를 통해 38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은 기적 같은 일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은 아직도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9년 전 딸 지현 양과 헤어진 윤봉현 씨는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윤봉현 / 장기실종아동 윤지현 양 아버지]
"얼굴 모양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고… 지현이를 찾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 모습(사진)에 변화가 있어야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2015년 폴리스케치를 도입한 경찰은 본청을 포함해 8곳에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3년 동안 제작된 몽타주는 33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담당자가 한 명인데 그나마도 다름 업무를 겸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3년 간 딸 하늘 양을 기다려온 조병세 씨는 미국에까지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조병세 / 장기실종아동 조하늘 양 아버지]
"다른 사용할 부분에서 1%만이라도 이런 데(폴리스케치) 투자를 한다면 국내에서도 굉장히 많이, 빨리 활성화가 되고 정확도가 있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18세 미만 미성년 상태로 장기실종된 사람은 지난해 기준 총 642명.

이들의 눈물을 닦아 낼 수 있는 더 적극적인 국가적 대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채널A 뉴스 황하람입니다.

yellowriver@donga.com
연출 : 윤순용 홍주형
그래픽 : 김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