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을 피해 숨거나 이혼해도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보통 가해자들은 끊임없이 쫓아다니며 괴롭히기 마련인데, 위기에 처한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허술하기만 합니다.
송재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47살 이 모 씨는 3년 전 이혼한 전 남편의 손에 무참히 살해당했습니다.
여섯 번이나 거처를 옮겨봤지만, 전 남편은 이 씨 차량에 위치 추격기까지 몰래 달고 집요하게 쫓아다녔습니다.
[김 모 씨 / 피해자 딸 (지난해 10월) : 엄마의 동선을 일단 모두 파악하고 있던 것 같아요. 왜냐면 그게 새벽 시간에는 잘 나가지 않잖아요.]
이 씨는 이혼 전에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해 봤지만, 남편은 이를 어기고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명령을 어겨도 최대 5백만 원의 과태료가 물리기 때문에 별다른 구속력이 없는 실정입니다.
[서재인 / 한국 여성의전화 활동가 : 과태료 처분에 그치기 때문에…. 가해자는 접근금지 위반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네 하면서….]
다른 대책들도 도움이 안 되긴 마찬가집니다.
이혼 뒤 집을 옮겨 숨더라도 상대방이 자녀를 자기 집으로 전입시키거나, 양육권 소송을 내면 주소가 곧바로 노출됩니다.
주거지 조회를 막는 제도가 있지만, 먼저 남편을 폭력 혐의로 고소·고발해야 하는 등 신청 조건이 까다로워 이용에 제약이 많습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주민등록 열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쉼터에 입소한 확인서를 제출하거나 경찰에 가정폭력 사건으로 신고해서 사건화를 해야 하는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가해자 처벌에 소극적인 가정폭력처벌법도 문제로 꼽힙니다.
경찰이 내릴 수 있는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는 들어있지 않은 게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현장에 출동해도 폭력 행위를 제지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할 수 있을 뿐입니다.
[경찰 관계자 :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이고, 부부간 또는 가족 간 발생한다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반면 미국에서는 가정폭력범을 의무적으로 체포하고,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면 재판에 넘길 수 있습니다.
[조인섭 / 가사 전문 변호사 : 가해자에 대한 성행 교정을 통한 가정 유지가 아니라 피해자를 더 보호하는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해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은 모두 2만7천 명.
불안의 굴레에 갇힌...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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