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9년, 화성 8차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윤 모 씨를 검거하고 난 뒤, 경찰은 '과학수사의 쾌거'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방사성동위원소 감정 기법'을 수사에 동원했고 그 결과는 법원에서도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30년 만의 재수사 결과, 당시 국과수 감정 결과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체모 분석 결과를 놓고도 그야말로 황당한 해석까지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범행 현장에서 나왔던 진범의 체모에서는 나트륨(Na)과 염소(Cl) 성분 수치가 높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두 성분을 합치면 염화나트륨(NaCl), 즉 소금이 된다며 "체모에 소금기가 많으므로 범인은 잘 안 씻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당시 수사팀은 법의학이 아닌 식품학과 관련 교수의 자문을 얻어, 이런 내용을 정식으로 수사보고서에 기재했습니다.
하지만 나트륨과 염소의 수치가 높다고 염화나트륨과 연결짓는 건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주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입니다.
나트륨과 염소의 수치는 워낙 들쭉날쭉하게 나오는 만큼 기준 성분으론 적절치 않은데도 엉뚱하게 논리적 비약을 했다는 겁니다.
[유성호 /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 : Na, Cl이 높았다고 해서 잘 씻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 용어로 '외삽'(추정)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데이터를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 거예요. 지나친 추정을 한 거고. 과학적 의미가 없다.]
사실로 드러난 강압 수사에 '오류' 투성이인 국과수 감정 결과, 여기에 과학과는 동떨어진 억측까지 당시 수사기관의 어두운 과거가 30년 만에 진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 안윤학
영상편집 : 김희정
자막뉴스 제작 : 이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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