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군 오봉산에는 기묘한 모양의 탑들이 있다. 산등성이에 쌓인 돌무더기 위에 평평한 구들장용 돌을 쌓은 석탑이다. 구들장은 한옥 난방설비인 온돌(溫突) 자재다. 아궁이에서 불길과 연기가 나가는 길(고래) 위에 돌을 깔아 열기를 머금게 한 원리다.
관광객 김정수(61·광주광역시)씨는 “어릴 적 방바닥에 깔았던 구들돌로 탑을 쌓은 게 흥미로워 자주 찾는다”며 “구들장 석탑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바위와 암석, 바다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오봉산은 한때 전국에서 사용되는 구들장의 70%를 캐내던 채석 산지다. 70년대 말까지 국내 곳곳에서 돌을 사 갔지만 보일러와 아파트문화가 확산하면서 사양산업이 됐다. 문화재청과 보성군은 1930년대부터 1980년 초까지 오봉산에서 구들장이 채석된 것으로 본다. 채석장 상층부나 산 정상에 세워진 돌탑은 오봉산 내 21곳에 76개가 세워져 있다.
석탑이 세워진 정상부에서 산등성이 쪽을 살펴보면 ‘갈지(之)’자 모양의 여러 길이 보인다. 과거 오봉산에서 캔 구들장을 운반하던 소달구지길이다. 해발 343m 산에 거미줄처럼 이어진 길에서는 과거 채석 때 사용된 도구와 장비가 숱하게 발견됐다. 45도 경사로에서 1t 정도 돌을 싣고 내려올 때 쓰던 철제 브레이크와 소 짚신 등도 나왔다.
산림청은 지난해 12월 오봉산 우마차길을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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